A. 일상

척수환자분 : 선생님 저 언제 걸을 수 있나요?

Dr.A 2021. 6. 21.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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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 언제쯤 걸을 수 있나요?
오늘은 의식이 굉장히 또렷한 척수 환자분이 입원하셨습니다.

60대 중반의 남성분이신데, 이전에는 혼자서 걷고 식사하기 등의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진행하시다가

올해 4월중순 등산하시다가 나무에서 떨어지신 후 경추 2번부터 요추 1번까지 광범위하게 손상이 오셨습니다.

경추 2번부터 요추 1번까지 광범위한 손상에 비해서, 뇌쪽으로는 병변이 크지 않다는 점이 어떻게 보면 불행 중 다행입니다.

인지기능은 30점 만점중에 20점을 나타내고 계신데, 말씀하실 수가 없어서(기관절개술) 의사소통이 다소 원활하지 못해 감소한 점수로 생각이 됩니다.

당시 다른병원 중환자실에서, 응급처치를 진행하였고 경추 4번 이상 신경의 손상으로 인해, 호흡근에 작용하는 신경이 망가져 자발적으로 호흡을 할 수 없기에, 목에 인공적으로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둔 상태입니다.(기관절개술)

현재 우리나라 대학병원 재활의학과 시스템은 급성기 환자라도 두 달 이상의 입원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이것저것 수가에 대해서 말을 하자면 너무 할 말이 많지만, 오늘은 맥주도 한잔 했고 시간이 늦은 관계로 얼굴을 붉히고 싶지 않아 다음 포스팅으로 미루려고 합니다.

(재활 난민이라는 용어가 발생하는 이유인데, 정부는 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주치의가 힘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며칠만 입원을 연장시켜달라는 보호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지, 그 말을 들으면서도 퇴원시켜야 하는 주치의는 항상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서 이 환자분도, 다른 요양병에 다시 재 입원하여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가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호흡근이 돌아올 것이라고 판단하셨는지 인공호흡기를 제거하였다가 호흡근력이 돌아오지 않아 저희병원 중환자실을 통해 재입원하게 되었습니다.

환자분을 처음 만났을때 저에게 언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냐고 물어봅니다.

현재 콧줄을 끼고, 기관절개술을 시행해 숨을 못쉬고 있는 본인의 모습을 받아들이기가 힘드신 듯 합니다.

저는 최대한 환자분을 위해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합니다.

1. 콧줄 식이 대신 입으로 식사를 시도해보기 위해 연하검사 일정잡기.

2. 섬세한 욕창 관리를 위해 욕창 팀 management.

3. 현재 호흡하고 계신 상태가 적절한지, 인공호흡기 모드 조절.

4. 추가적인 팔, 다리 구축을 방지하기 위해 물리치료사와 도수치료. (하루 2회)

5. 실제 근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전기자극치료를 통한 근육수축 유도. (하루 2회)

6. 어깨와 무릎쪽으로 지속적인 통증호소를 하셔 통증 완화를 위한 온열치료 (하루 2회)

7. 저혈압 방지를 위한 경사침대.

8. 하지 근력 회복을 위한 수동자전거.

9. 추가적인 욕창 방지를 위한 2시간 마다 체위변경.

10. 양측 손의 부종으로 인하여 간헐적 펌프 사용.

11. 이외 혈압 관리, 혈당 관리, 활력징후 관리.

등등. 이 외에도 제가 신경써야할 것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정말 재활의학과 환자분들은 의사가 관심을 가지는 만큼 변화합니다.

현재 환자분이 느끼는 우울감은 제가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열심히 치료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중 다행인것은 환자분이 완전 척수손상이 아닌 불완전척수 손상이며 어느정도 허벅지 힘이 돌아오셨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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